📔일기장 50. 나의 옛 작업실에게

슬픔이 가는 곳에 기쁨도 오겠지.

2024. 7. 15.

📔일기장 50. 나의 옛 작업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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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 작업실에게

2020년 6월 25일부터 2023년 10월 28일까지, 나에게는 작업실이 하나 있었다. 작업실의 이름은 '미하다'였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스물한 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서 다양한 일을 배우고 다녔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자기만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작고 소중한 월급을 쪼개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으며 회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취향을 갈고닦았다. 마음 가는 일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는 절실했다.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찾고 싶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 회사와 회사를 옮기는 사이에 공백을 두고 나의 일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실패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며 20대를 보냈다. 만약 그 실험들 중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작업실 미하다'는 없었겠지.

작업실 미하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직업이 될 수 없어.'의 결과물이었다. 내가 만든 나의 일은 모두 실패했다. 취미를 일로 만들어 봤지만 상상한 것과 너무 달랐다. 몸이 힘든데 좋아하는 일이라 마음까지 쓰느라 더 힘들었다. '좋아하는 일은 그저 취미로 곁에 두자. 그게 더 오래 즐기는 방법일 거야.'라고 마음을 정리하니까 편했다. 실패 끝의 합리화였다. 나를 속이는 건 쉬우니까.

대가는 혹독했다. 내가 나를 속인 대가, 그건 공황장애였다. 무서웠다. 뭐가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 2021년 4월 1일이었다. - 당시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서

'작업실 미하다'가 있을 때 가장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멋진 도전을 하던 친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 사건은 신호탄이 되어 모든 게 터져버렸다. 회사 생활은 외줄 타기 하듯 버텼고, 퇴근하면 가면을 벗고 작업실로 달려가서 매일 울었다. 작업실은 유일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었다.

실패의 결과물이자 동굴이었고, 가장 어두운 내면을 알고 있는 작업실과 작별하던 날, 허허 웃으며 아람님과 작업실을 정리했다. 시원섭섭한 정도일 줄 알았는데 밤에 혼자가 되자 허탈하고 허무하고 허전해서 엉엉 울다 지쳐 잠들었다. 여전히 작업실 없는 삶은 손가락 하나 없이 살아가는 기분이다. 그러다 우연히 전시를 보러 갔고, 같은 동네에서 작업실을 꾸린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가 찍은 사진 속에 나의 작업실이 있었고, 작업실 동네가 있었다. 6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그녀와 나는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각자의 공간을 창밖으로 염탐하던 사이였다. 반가웠고, 애틋했다. 나는 왜 더 해내지 못했을까, 이루지 못했을까, 더 버텨보기라고 할 것을- 울음을 참느라 이어지는 다른 전시에 집중하지 못했다. 마음은 옛 작업실에, 과거에 있었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돈 버는 일도 될 수 없다고,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을 거라고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 같다. 그때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실패한 덕분에 작업실을 가질 수 있었다. 작업실 덕분에 내가 나로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또 실패를 해야겠다. 실패조차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지 못할 테니-

2024년 7월 1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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