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날짜 : 2022년 1월 24일 월요일

- 오늘의 한 곡 반복 : So far away – Agust D

- 오늘의 맥주 : Pilgrim - seoulgypsy

 2022년의 두 번째 일기다. 해가 바뀔 때면 '무언가' 를 더 열심히라던가 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매년 그러지 못했지만. 기억을 더듬어봐도 작년 1월에 뭘 하며 지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일기장도 듬성듬성해 기록도 없고. 일부러 12월 초부터 회고를 준비하고, 새해에 맞춰 일기장도 바꾸려고 부쩍 일기도 열심히 썼는데 1월 1일 첫해를 보고 동굴로 들어버렸다. 음, 생각해보니 그 ‘무언가’부터 문제였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뭘 잘하고 싶은지, 뭘 열심히 하고 싶은지, 뭘 해내고 싶은지 그런걸 잘 모르겠다.

 오늘부터 조금씩 동굴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23일 정도 동굴에 있었던 것 같다. 이 시간을 '정비'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딱히 건강하게 나를 챙긴 시간은 아니라서, '동면'에 조금 더 가까우려나. 일할 때 빼고는 침대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움직임이 없다 보니 한 끼만 먹어도 충분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문득, 계속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싶을 때면 안부 연락이 온다. 이번 동면이 유독 길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동생 혜주의 문자 때문이었다. ‘언니 살아있니, 카톡 안 보네’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토요일에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볼까 생각했지만, 실패. 그나마 일요일인 어제는 꽃 수업을 듣는 날이라 집 밖으로 나갔다. 수업을 듣다가 문득, 꽃에 대한 마음이 처음보다 부쩍 시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수업을 다시 들었던 이유가, 꽃 수업이라도 듣지 않으면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으니까. 무너지기 직전에 스승님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곤 했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꽃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길을 잃고 헤매던 시간 덕분이었다. 아침에 도착한 <바이닐, 비효율 모음집> 초안을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신나게 이야기하던 그 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마음이 시든게 아니라서, 참 고마운 연락이었다.

 무기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힘들거나 아픈 것도 아니었다. 지독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나 동굴에 한 번씩 다녀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작년 3월처럼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든 꼭 정리해보고 싶다.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 일기 쓴 장소 : 작업실 미하다, 타자기 책상과 옥상을 오가며

- 일기 다 쓴 시간 : 새벽 1시 4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