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에 살면서 카톡 단톡방이 많아졌다. 맹모닝 주문이 가능한 오전 10시 30분까지, 자기만의 방법으로 아침을 보내고 인증하는 리추얼 방 <Mang-Morning Club>, 16층에서 처음 사귄 친구, 테드와 빵굽는 뭉뭉이와 식물 이야기 나누다가 만들게 된 방 <맹그로브 초록이>, 신설동 주변 쓰레기를 줍고 올바른 방법으로 분리배출까지 마치는 입주민 줍깅 모임 <맹그로브 줍깅클럽>까지. 모두 다 소중하지만, 그래도 가장 특별한 건 야자수 이모티콘을 붙인 <🌴이거 써도 되나요?🌴> 방이다. 16층 키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맹그로브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방을 울린다.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끼니 때 마다 방이 울리는 것 같다. 토요일에는 얍얍얍님이 만든 샌드위치로 브런치를 먹었는데, 먹으면서 '이따 저녁은 뭘 먹을까?'하는 고민이 참 즐겁다. 저녁 메뉴를 결정하고, 다시 만날 시간을 약속하면 하나둘 사라진다.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다시 16층에 모인다. 내일 아침 커피를 사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있고, 설날 떡국 재료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맹그로브에는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귀가 간지러웠나, 일기 쓰는 중에 전화가 왔다.

 ‘미나, 저녁은?’

 다정함의 물결은 매일 파도친다. 작업실에 와서 저녁은 함께 먹지 못했지만, 연락만으로 배가 부른 기분이랄까.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긴긴 동굴 시즌 내내 밥 먹는 게 가장 귀찮았다. 배가 고플 때까지 참다가 늦은 시간에 배달을 시키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과자를 먹으며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런 시기를 겪고 나와서 16층의 존재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 주에만 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을까. <Mang-Morning Club> 방에서 방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더니, 은수님은 바로 <🌴이거 써도 되나요? 🌴> 방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었다. 그렇게 얍얍얍님의 도움으로 방 구조를 만족스럽게 바꾸고, 맹그로브에서의 이사 고민도 해결했다. 20층 커뮤니티 데스크도 두 번이나 다녀오고, 남아있는 남향 방을 보고, 무거운 책상을 함께 옮겼다. 17층에서 계속 살기로 했지만, 혼자 하던 고민을 털어두니 개운했다. 고마운 마음에 타일러에서 맥주 한 잔을 약속했다. 

 사실 이번 주 초반에는 너무 오래 동굴에 머물다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어색했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런 마음을 사르르 녹게 만든 것도 결국 16층 사람들이었다. 금요일 밤, 애써 동굴이라 포장한 시간 속에서 지내던 나를 걱정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일렁거렸다.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자꾸만 쌓인다.

 밥 챙겨 먹었냐는 말을 그 어느 때 보다 자주 듣는 요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고 싶어서 독립했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언제 혼자 있어야 하고, 얼마나 더불어 살아가야 할지. 맹그로브에 사는 동안, 내가 받은 따스함을 더 자주 나누고 싶다. 여길 떠날 때, 내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있길 바란다.

8:45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