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54. 합법적 도파민

생각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2024. 8. 19.

📔일기장 54. 합법적 도파민

Page 54

합법적 도파민

눈 뜨기 전에 생각한다. '아 일어나기 싫다.' 몸을 뒤척이면 책이 손에 닿는다. 스마트폰을 잠자리에서 멀리 두길 잘 했다. 누워서 책을 두 페이지 읽고 나면 일어날 힘이 생긴다. 창문을 열고 나에게 건네는 쪽지를 읽는다. / 작가로 살아보기, 20분 산책하기 /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로 식물을 옮긴다. 주방에서 물을 끓이고 글쓰기 준비 운동을 시작한다. 천천히 팔과 어깨, 목 돌리기 스트레칭을 하면 물이 끓는다. 컵에 뜨거운 물을 절반 붓고 그 위에 차가운 물을 절반 넣어 마신다. 몸의 균형을 맞추고 단풍나무 방으로 들어간다. 창밖 감나무에 직박구리가 찾아왔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직박구리를 보는 건 처음이라 신이 났다. 꿰에엣~ 꽥꽥! 직박구리 소리를 듣다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에 스마트폰을 가져왔더니 단풍나무로 휙 날아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모닝페이지는 2년 전, 2022년 4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쓰기를 통해 내밀한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단한 글을 쓰는 시간은 아니지만, 나에게 경청하는 숭고한 순간이다. 3페이지를 쓰고도 할 말이 더 남았다. 몇 페이지를 더 쓰고 나서야 단풍나무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달릴 시간이다.

지난주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매일 뛰고 싶었지만 주변의 만류에 주말은 쉬었다. 답답했다. 뛰고 싶어서 월요일 아침을 기다렸다. 오늘은 지난주 보다 더 가볍고 빠르게 나아갔다. 늘 결핍으로 안고 살았던 성취감을 단숨에 느껴서일까, 말 못 할 감정이 벅차올랐다. 눈물이 나오려는 찰나의 순간에 정신을 차렸다. 생각과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뛰는 감각에 집중했다. 뛰는 시간만큼은 달리기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생각이 떠오르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든다. 달리기를 가로막는 생각은 탈탈 털어낸다. 그때 느껴지는 감각이 좋다. 지금까지 느껴본 몰입이나 성취감과 다른 기분이다. 이게 바로 합법적 도파민인가!

딱 1km를 뛰어보자는 마음으로 달린다. 1km를 뛰고 돌아오는 1km를 다시 뛴다. 달리는 동안 생각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느끼고, 잡념을 털어내고, 집으로 돌아와 말끔하게 씻고 정돈된 기분으로 글 쓸 준비를 마친다. 단정하게 요리한 음식을 먹고 일기 쓰는 아침, 이거면 충분하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아침이다.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미하다 일기장을 구독하고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살아가고 사랑한 기억의 한 페이지.

이전 뉴스레터

📔일기장 53. 나에게 다정한 나날

2024. 8. 10.

다음 뉴스레터

📔일기장 55. 시간으로 살 수 있는 것

2024. 8. 25.

미하다 일기장

살아가고 사랑한 기억의 한 페이지.

이 페이지는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