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59. 휴가 마지막 날을 보내는 미나에게

나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어. 너는 어때?

2024. 11. 21.

Page 59

미나에게

고성 피치비치에서 프렌치 토스트와 버터크림 라떼를 기다리며 편지를 쓰고 있어. 어제부터 오후 8시면 잠들었는데- 바다를 바라보다 잠드는 일은 참 신기해. 오늘 아침에는 일출 직전에 일어나서 멋진 바다를 봤잖아. 자다 깨서 창밖을 바라보면 파도는 햇살에 부서지고, 하늘은 점점 맑아지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잠들고, 생각해 보니 잘 쉬었다. 너는 어때?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어?

방금 읽은 책에서 60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자고 말하더라. 난 글 쓰는 삶을 꿈꿨어. 노트북이나, 노트에 연필로 글 쓰는 일상이 직업이 되어있는 삶 말이야. 글 쓰는 방이 있고, 의자는 허리가 편한 좋은 의자로, 책상은 꼭 원목으로. 아, 노오란 테이블도 좋겠다. 창밖으로는 새가 쉬어가면 좋겠어. 그럼 나무가 있어야겠네. 바다도 좋지만, 사계절의 안부를 나무와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벚나무나 이팝나무, 아카시나무, 능소화도 좋겠어! 옆방에는 남편이 자고 있을 것 같아. 그만의 취미도 있겠지? 그 사이로 오래된 수집품도 있을거야. (아슬아슬하게 고양이가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글 쓰는 책상 오른쪽에는 늘 따듯한 차 한 잔도 놓여있을 거야. 글을 쓰다가 거실로 나오면 남편은 음악을 듣고 있을 거야. 나는 그의 옆에 앉아 함께 음악을 듣다가 '오늘은 뭘 먹을까?'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겠지.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다가 밤이 되면 다시 거실에서 만나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음악을 듣겠지. 굿나잇 키스를 하고 좋은 꿈을 꾸자고 달콤한 인사를 나누고 또 같은 하루가 반복되길 기대할 거야. 나는 그런 삶을 꿈꾸고 있어.

"너는 지금 어떤 삶을 꿈꾸고 있어?"

2024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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