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65. 약속을 하고 싶다, 즐겁게 산다는 약속.

한평생 너희와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에 약속을 해야겠다.

2025. 8. 17.

Page 65

약속을 하고 싶다

즐겁고 솔직하게 산다는 약속

여름휴가 마지막 날, 우리는 20년 전처럼 롤링페이퍼 편지를 썼다. 집으로 돌아와서 영경이의 편지를 읽다가 엉엉 울었다. 눈물을 훔치며 쓴 일기의 한 페이지다.

휴가 이틀 차,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하겐다즈 블루베리 마카롱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단점을 이야기하자고 했다. 또 피하고 싶었다.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리고 싶었다. 숙소에 들어가 잠을 푹 자고 싶었다. 그런 대화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착했고, 배려가 깊다 못해 흘러넘쳤으니까. 친절하고 날카롭게 피드백하고, 힘껏 수용하고, 조금씩 변해야 했다. 물론 우린 스스로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서로에게 어떤 불편을 주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니까. 더 솔직하게, 덜 배려하고,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해처럼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

친구, 연인, 가족, 동료, 이웃. 나를 둘러싼 수많은 관계 속에서 늘 불편한 논쟁을 피하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회피' 그리고 '말 돌리기' 그리고 '극단적인 표정 변화' 그걸 만든 타고난 성향, 단점을 고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치만 2박 3일 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와 물놀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낸 시간 덕분에 용기를 내고 싶어졌다. 도파민이 팡팡 터지며 즐거웠고, 온 마음이 충만할만큼 안온한 시간을 보낸 덕분이었다. 이런 시간이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라기에- 그러나 겨울은 불현듯 갑작스럽게 찾아와 우릴 힘들게 하기에 건강한 방향으로 나를 바꾸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또다시 우울의 동굴에 빠져 다시 돌아오는 길을 오래 헤매지 않도록, 또다시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하고 자책하지 않도록,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너그러운 친구들은 보채거나 조급한 마음으로 나를 꺼내려 들지 않겠지만, 그런 날 보면 너희도 힘들 테니까. 나는 더 강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격려하고 더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약속을 하고 싶다. 즐겁고 솔직하게 산다는 약속을. 힘들더라도 한평생 너희와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에 약속을 해야 겠다.

수많은 이름이 떠오른다. 민지와 영경이와 여행을 떠났지만 우린 자주 은비와 성미를 떠올렸고, 빠지에 꼭 데려오고 싶은 D1을 생각했다. 소개팅 후일담을 애타게 기다린 D2도 생각났다. 마모, 여름이었다, 따수미. 내게는 여러 이름의 친구들이 있구나. 고맙고 든든하다. 삶의 즐거움과 슬픔을 나눌 친구들이, 동료가,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어진 삶을 온 힘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두 번의 여름휴가, 떠남과 돌아옴이 안겨준 교훈이다.

P.S. 아직 마지막 여름 휴가가 남아 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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