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7일 월요일 PM 7:30

일기 쓴 장소 : 침대에 누워서

🎵 17 - Pink Sweat$

 날아다니는 마음을 다잡았더니 몸이 삐걱거린다. 설 연휴에 어깨가 삐끗하고 며칠 뻑뻑하더니 계속 풀리지 않는다. 사실 전부터 몸이 뭉쳤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지도. 여기에 어금니까지. 20대 초반에 살짝 떼운 아말감이 작년 아니 재작년이었나, 언젠가부터 삐걱거렸는데 슬쩍 무시했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신경치료까지 시작했다. 이 타이밍에 호르몬까지 말썽이다 휴.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맹그로브에 입주하면서 내 목표는 플렉스룸(맹그로브의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공간) 절대 안 쓰기였는데.. 운동이 아무리 싫어도, 살려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개월 만에 플렉스룸에 처음 들어가 봤고, 러닝머신에 올라간 건 13년 만이었다. 그리고 10분 동안 초침만 째려보며 걸었다. 재미없는 일은 절대 못 하는 성격이라, 재미를 더할 방법을 고민했다. 보통의 신나는 노래로는 해결되지 않을 일이었다. 입덕 앨범을 틀었더니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리와 생각이 따로 놀았다. 몸과 정신의 분리랄까? 앞으로 운동을 하려면, 플레이리스트나 영상을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무릎이 아파서 러닝머신을 뒤로하고 자전거에 올라가서 방탄소년단 무대 모음 영상을 틀었다. 30분을 신나게 달렸다. 그 기세였다면 1시간도 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이후 시간의 예약은 꽉 차 있었다.

 독립의 이유에 글쓰기가 있었다. 맹그로브에서 2박 3일 살아보기를 할 때, 꾸준히 글 쓰는 내 모습이 좋았다. 엄마에게 독립을 고백한 장문의 편지 속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가장 가까웠다. 내가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방법이 글이라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방법도 글이라서, 글쓰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맹그로브가 좋았다. 글로 마음을 돌보면 몸도 적당히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만 취할 수 없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언젠가 지금을 떠올렸을 때, 독립 후 가장 큰 변화로 '꾸준한 운동'을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녁에 플렉스룸을 예약했다. 무려 한 시간 삼십분을 예약했는데,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