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am 모닝페이지: 어제 외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행사 준비로 부쩍 자주 만나고 있는 음악감독님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옷도 다 벗고 같이 목욕해도 전혀 민망하지 않은 친구 있어요? 진짜 친한 친구?’ 아,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을까? 고민한지 딱 3초 만에 떠오른 사람이 있다. 혜주다. 나의 하나뿐인 동생 혜주.

독립하고 가장 속상했던 일 중 하나는, 혜주와 소소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공황장애와 우울감에 취해 있을 때, 유일하게 눈을 마주치고 밥을 먹고 웃으며 시간을 나눌 수 있던 유일한 친구였다. 나이가 들다 보니, 동생이라기보다는 친구 같다. 때로는 나보다 언니 같기도 하고, 더 어른스럽고 똑 부러진 동생이다. 최근 1년 동안 혜주는 다이어트를 하더니 살을 쏙 뺐다. 너무 날씬한 혜주가 여전히 어색하지만, 살을 빼고 더 밝아진 혜주를 보면 기분이 참 좋다. 아마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해도(그럴 일은 없겠지만..)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나는 혜주의 다이어트 성공이 더 기쁠 것 같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혜주랑 같이 쇼핑도 했는데, 둘 다 쇼핑에 기가 빨렸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내 것을 나누는 것은 죽도록 싫은데,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예쁜 물건을 보면 2개씩 산다. 그런데 내가 딱 하나만 가지고 있는, 아주 예쁘고 소중한 물건도 양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혜주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주면서 아까워할지도..) 일기장에 이런 마음을 쓰는 걸 보니, 부쩍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리니까 오류동이 그립고, 엄마도 자주 보고 싶다. 눈이 오면 혜주 방 앞에서 똑똑~똑 똑! 똑!  노크를 하고 ‘두유워너빌더스노우맨~?’ 을 불러줘야 하는데.. 물론 항상 눈사람은 나 혼자 만들었지만..

좀 이상하다. 집을 나오니까 혜주에 대한 애착(?)이 깊어진다. 오늘은 혜주 생일이니까, 혜주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예쁜 편지지를 사야지.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일찍 퇴근할 수 있다면.. (제발..) 혜주 생일이 지나기 전에 예쁜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가야지.

문득, 또 엄마가 보고 싶다. 이럴 땐 집이 여기가 아니라 거기구나 싶다. 내 고향은 오류동이구나. 부쩍 그립다,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이 심어진 오류골, 우리 동네가.

 아 춥다. 일어나서 수레국화차를 마셔야겠다. 7:31 am